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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리뷰 - 그래서 지도자는 KING이어야한다?

셜리. 2019. 1. 1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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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리뷰 - 그래서 지도자는 KING이어야한다?

아쿠아맨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




  칭찬부터 해주자면 재밌게 봤다. 러닝타임이 143분이나되지만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사이다를 너무 많이 마셔 화장실이 급했던 때를 제외하면) 볼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대서양과 인도양, 사하라와 시칠리아를 넘나드는 색감 덕에 눈이 즐거웠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것을 그려낸 다른 이들의 상상력을 넓은 화면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진화는 바다와 같이 끝이 없어서 엄청난 스케일로 압도감을 준다. 여기서 스케일이란 등장하는 왕국의 규모든, 괴물의 크기든, 군대의 숫자든 무엇이든 가능하다. 각 왕국의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 다양한 해저생물의 등장도 재미난 볼거리였다.

  연기자들에대해 말하자면 먼저 주인공 아서(제이슨 모모아)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실망했다. 내가 기대한 배트맨의 크리스천 베일이나 맨 오브 스틸의 헨리 카빌과 같은 미남형 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엄청나게 섹시하다기보다는 엄청난 격투기 선수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긴 수염과 대체로 젖어있는 긴 머리 때문에 깔끔한 인상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거구와 긴 머리가 바다의 왕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외적 특색임은 분명한 듯 하다. 그의 호박색 눈은 <토르:라그나로크>의 헤임달처럼 우주를 꿰뚫어보진 못할지라도 어두운 바닷속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메라(앰버 허드)의 붉은 머리와 초록색 수트는 인어공주를 연상케 했다. 그 불타는 듯한 색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원래 머리 색이라고 믿고싶은 정도였다. 날렵한 액션과 마스크가 왕국을 위해 반역을 꿈꾸는 외교관이자 왕의 약혼자 역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역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의 여성 활용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의상은 권력을 표현한다. 그러나 메라가 저 수트를 입고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나는 절대 이 배역이 왕의 약혼자나 외교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저 의상이 메라를 성적대상화하고있기 때문이다. 전투를 할 때 남성 주인공들은 튼튼하고 황금빛이 둘러진 갑옷을 입는 반면 메라는 저렇게 심장과 가까운 부위가 다 드러난 옷을 입고 범고래를 탄다. 글래머러스한 앰버허드의 몸매를 이용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여성배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화장은 또 어떤가? 메라의 짙은 색조 화장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당연하게' 남성 출연자들이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물 속에 사는 아틀란티스인이 색조화장이라니 이 무슨 5분만에 아이라이너가 녹아내리고 붙인 속눈썹이 떨어져나갈 소리인가. 아틀란티스인들의 기술 발전에 대해서 박수를 쳐줘야 하는 대목인가 싶다. 그만큼 불필요했고, 앰버 허드의 연기보다 외적인 부분에 눈길이 가게 만든 연출이었다.

  니콜 키드먼의 배역인 아틀라나 여왕에 대해서는 더 할말이 많다. 대체 왜 아틀라나는 왕이 될 수 없었을까? 정략결혼이 싫어 바닷가로 나왔던 아틀라나 여왕은 인간 세계에서 등대지기와 함께 살며 아서를 낳는다. 옴이 약혼자인 메라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없애려했던 반면, 아틀라나는 정략결혼할 상대를 내칠 힘이 없어 육지로 도망쳐왔다가 몇 년만에 붙잡혀 돌아가야했다니. 심지어 반역을 저지른 죄로 괴물 가득한 트렌치 왕국에 제물로 바쳐지기까지 한다.(남자를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게다가 20년이란 세월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전설의 삼지창을 발견해, 전설의 괴물인 카라덴에게서 빼앗으려 노력했는데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다행인지 개연성이 없는 것인지 몇 번의 시도를 했음에도 살아남긴 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아서는 이름이 아서여서인지, 해리 포터처럼 예언을 타고난 운명이어서인지(물론 해리 포터는 훨씬 개연성 있는 운명이었다.) 손쉽게 아틀란의 삼지창을 손에 쥐고 바닷속 생명들에게 자신이 바다의 왕임을 알린다. 20년간 육지에서 살다 처음으로 카라덴을 마주한 아서가, 한 때 아틀란티스의 여왕이었고 평생을 물 속에서 살았던 아틀라나를 능가하는 점이 과연 정해진 운명인지, 성별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이것은 내가 <블랙 팬서>를 보며 떠올렸던 것과 아주 흡사한 불편함이었다. <블랙 팬서>에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줄 알았을 때, 사지 멀쩡하게 왕위 계승의 상징인 하트 허브를 지켜 고산지대로 도망간 나키아(루피타 뇽)나 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는 절대 스스로 왕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라이벌 관계였던 자바리 부족의 왕에게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한다. 티찰라의 어머니, 연인, (여)동생 모두 왕이 될 자격과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머나먼 부족까지 찾아가 남성 부족장에게 와칸다의 운명을 맡기려는 장면은 나를 질리게 했다. 아쿠아맨은 무슨 예언에 따라 타고난 운명과 교감 능력이라도 있지, 하트 허브만 갈아 마시면 되는 것을 왜 세명이나 되는 후보를 두고도 아무도 왕이 될 수 없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악당 해적 역할에는 흑인, 아틀란티스를 연구하는 너드 연구자 역에 동양인을 배치한 것과 같은 부분은 아마도 다른 리뷰어가 지적해줄 것이다. 토르의 동생 로키만큼 악랄하지도 않고, 나름 정당한 이유로 육지의 인간들에게 벌을 주려했던 옴의 억울함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과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국가임에도 거북이에게 물건을 끌게 하고 해마와 상어를 타고 전투를 나가는 동물학대스러운 장면은 해상 세계를 보여주기위한 장치로 봐주고 넘어가야하나 싶다. 그래서 제 평가는요? 별점 7점입니다. CG 감독님에게 이 공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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