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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 V I E W/글방에서 31

오은영 박사의 테이블

*충대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수정한 글입니다. 칼럼 종횡무진 대한민국 아이와 어른의 심리상태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가를 휘어잡던 오은영 박사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MBC에서 방영중인 에서 아동 성추행으로 보이는 장면이 송출되었고, 이에 대해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는 의료인은 아동학대를 알게 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한다는 아동복지법이 비난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비난은 범위를 넓혀 오은영 박사 남편의 사업과 진료비까지 도마에 올린다. 해당 회차에서 오은영 박사는 아동과 출연 남편이 ‘주사놀이’하는 장면을 보면서 눈을 꼭 감고 마른침을 삼키는 등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장면에 대해서는 문제를 에둘러 표현하고 마는데, 그러한 대처가 시청자들..

생각이 너무 많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멈추지 않아서 지겹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제는 인터넷에서 PESM 증후군에 대해 읽었다. PESM 증후군은 우리말로 '정신적 과잉 증후군'인데,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한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애초에 생각을 많이 하는 뇌구조로 태어난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병처럼 떠돌아다니는 이 증후군은 사실 어떤 책의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며 학문적 질병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증후군에 대해 읽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상태인 것 같다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나의 경우 무슨 증후군이라 할 정도로, 글에 명시된 것처럼 잠을 못 자거나 생각때문에 감정 기복이 항상 심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

커피 맛있는 곳

맛있는 곳 서울 정동극장 근처 르풀 연남동 카페꼼마 용산 아이파크몰 포비(시그니처랑 그냥 커피 다 존맛) 드래곤시티 알라메종 고터 halff 대전 카페 담을(라떼) 저글커피바 더기커피 맛없는 곳 아우어베이커리 용산역점 디카페인 노우.. 할리스 디카페인 노노우... 투썸플레이스 산미 노우 대전 신세계 하프 아메 쏘쏘 시그니처 존맛 쌀달당 디카페인 하....

블랙홀이거나 호수이거나

2021년 4월 두 번째_확장성 우주는 한순간 뻥 하고 터지며 만들어졌다는데 나도 언젠가 터지게 될까? 요즘 터질 것 같다고 느낄 때는 너와의 문자가 끊겼다가 다시 "이거 보고 언니 생각이 났어요."라는 문장이 도착했을 때. 엎드려 뻗친 자세로 지구를 반대편으로 밀며 팔 근육을 키워 보려 애쓸 때. 심장도 섬유조직도 터지지가 않지만 어쩐지 터질 것 같잖아. 폐부 가득 벌써 초여름인 척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을 채워 넣을 때. 머리엔 산소가 들어차고 봄 대신 몸이 더워진다. 어제는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헬스장에 가버렸다. 안 되긴 뭐가 안돼? 러닝 머신 위에 올라가서 평소보다 더 경사진 코스를 더 빠르게 뛰었다. 그 모습을 봤다는 트레이너 선생님은 "혹시 일에서 스트레..

달콤한 고통을 구매해보았습니다.

달콤한 고통을 구매해보았습니다. 2021년 4월 첫 번째_한 번도 좋아해본 적 없는 것 사서 하는 고생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대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국토대장정을 했다던 가정 선생님은 씻을 곳이 없어 물티슈로 몸을 닦고 사타구니가 벌겋게 부어올랐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땐 세상이 좋아서 민박집에 사정해 밥이라도 얻어먹었지 너희가 대학생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밥은 왠지 흰 쌀밥에 집에서 먹던 김치가 딸려 나왔을 것 같다. 고소하고 쫀득한 밥알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식사였을 것 같다. 맨밥이 맛있는 만큼 허기의 시간도 길었을 것이다. 목은 얼마나 탔을까, 안장에 얹은 허리가 쑤시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국토대장정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아이패드 화면으로 보는 이구아수 폭포..

공유지의 희극

공유지의 희극 2021. 4월 첫번째/나의 불가침 영역 수업을 마치고 자취방에 갔더니 머리에 축축한 수건을 두른 친구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좁은 현관의 신발장 위에 무거운 백팩을 내려놓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습기가 훅 끼치기에 화장실의 작은 창문을 열었다. 언제 왔냐고 물었더니 앞 수업이 끝나자마자 와서는 한숨 자고 일어났다고 한다. 수건을 새로 꺼내 손을 닦고 저녁으로 뭘 먹을지 이야기하는 동안 한 명의 친구가 또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날은 싸구려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내 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항상 있었다. "너 몸 좀 사려." 작년에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친구한테 혼이 났다. 좋아하던 사람한테 마음 반을 내주고 남은 반에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고, 계좌에서 카드..

장래희망을 그려보세요.

2021년 1월 두 번째(색연필) 장래희망을 그려보세요. 대학교 과방에서 시시껄렁한 잡소리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한 선배가 복사한 종이를 한 뭉치 들고 들어오더니 설문조사를 하란다. 과목 이름이 '선거와 조사'였나 아무튼 난 듣지 않는 전공 수업이었는데 과제로 조사 방법을 정하고 문항을 구성해서 실제로 사람들한테 설문을 받아와야 한단다. 시간도 많고 거절할 깜냥도 안되는 2학년 여자애들은 합판으로 만든 테이블 위에 엎드려서 열심히 답안에 체크를 했다. 근데 문항이 이런 거였다. 졸업 후 몇 년 안에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십니까? 취업한 이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봉은 얼마입니까? 실제로 희망하는 연봉은 얼마입니까? 갤럽이나 한국리서치에서 하는 설문조사만 해보다 선배가 만든 문항을 보니..

나에게 말을 가르쳐준 여자_서한나 칼럼

[서울 말고] 나에게 말을 가르쳐준 여자 / 서한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6083.html#csidxecb8b3c4499a056b1c1abff5de1be84 서한나 작가의 한겨레 칼럼 '나에게 말을 가르쳐준 여자'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두고 싶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교수는 로봇 같고 도서관엔 책도 없는데 밤이라고 다를까.(중략) 스물셋,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친구가 말했다. 너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어른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던 때. 정말 그 도서관에 책이 한 권도 없던 것은 아니다. (작가와 나는 동대학 출신이니 도서관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인공지능 교수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강..

Be my scent

2020년 12월 How did you bloom in my worried heart? How did you fill up my empty heart?* 그 애는 자신에게 체취가 있다고 하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방에는 항상 체리 향 캔들이 풍성한 빛을 받아 맑게 찰랑였고 선반에는 향기 나는 것들이 가득했다. 프리지아와 멜론, 자두 향이 섞여 새콤달콤한 향수, 코튼 플라워 베이스의 백합 향 바디 미스트가 눈에 띄었다. 블루베리와 크랜베리 냄새가 나는 샴푸와 린스는 바디워시와 로션까지 세트로 갖춰져 줄을 서 있었다. 그 애 옷을 입으면 나는 오렌지 향은 포근했다. 그 애 어깨에 얼굴을 기대면 금방 과일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출근한 후에 혼자 눈을 뜬 이불에선 그의 냄새가 났다. 자기 냄새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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