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그녀는 점심 식사 후에 소주를 마실 참이었다.“ 낮부터 소주를 마신다고 하니까 사연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무슨 사정이 있을 때 혼자 술을 마시는 쪽은 아니었다. 물기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배를 썰어서 안주로 삼아야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냥 한가로운 백수 시절의 대낮을 즐기는 것이다. 일이 있던 때를 생각해봐. 창밖에 아무리 화려한 햇빛이 너울거려도 그 근처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거든. 사무용 의자에 묶여서 여덟 시간을 버티는 고문을 받는 것 같았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돈이 조금 없어도 가을바람과 낮의 자유, 얼기 직전의 소주가 있잖아. 소주잔에 찬 소주를 졸졸졸 따르는 것처럼 혹자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라고 하곤 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