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인생꿀팁

셜리의 노트북 첫 글

셜리. 2018. 12. 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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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것은 나의 과거였고 미래이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있으니 다행히 현재도 되었다. 십대 때는 글쓰기로 십수 차례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어느샌가 발견한 재능 덕에 학교에서, 동네에서, 지역 주최의 백일장에서 장원을 타왔다. 수업을 빠지고 글짓기 담당 선생님과 이 대회 저 대회 다니던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고 A4 파일에 상장 모으는 것이 즐거워 방과 후에도 글쓰기 보강을 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첫 해까지만 해도 한 두 개의 교양과목이나 학회에서 명성이 나쁘지 않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쓰지 않는 무기는 점점 무뎌지는 법이다. 무뎌질 뿐 아니라 어디에 뒀는지조차 떠올리기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며 새로 알게 되는 아무개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고 지금까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내가 글을 썼던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해가 지나고 봄이 오면 새 잎이 돋아나듯이, 굳은 땅의 틈새를 비집고 정기적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 뜨겁지 않은 열망이어서 꽃샘추위에 불씨가 꺼지기도했고, 운이 좋으면 밤을 새워 등불처럼 빛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제대로 마무리 지은 것은 몇 없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다녀와서 썼던 여행기도 마땅히 완성된 것은 없다. 타의에 의해 쓰여진 산문이 두 편 있었는데, 그 타인의 계획이 달라지면서 내 글도 운명을 달리해버린 적도 있다.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글이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한 때는 주어진 특기를 살리고자하는 마음이 강해져서 되고 싶은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최종적으로는 칼럼니스트가 되고싶습니다."라고 답하고 다닌 적도 있다. 딱히 그를 위한 노력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말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로 내뱉어야 깨달을 수 있는 색깔이지만, 언젠가 글 쓰는 사람이 되고싶은 내 염원은 그만큼 또렷했다. 그래서 멀리가지 않고 이렇게 블로그를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사실 네이버에도 (당연히) 계정과 블로그가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어쩐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장문의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쌍따봉이나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이모티콘이 네이버 블로그의 참맛인데, 그것들을 쓰기에는 내 글들이 폭포수같은 눈물을 흘리며 엄지를 내세울 만큼 감동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가져왔던 생각이니 오랫동안 유지했으면 좋겠다. 초반에 몰아치더라도 막판까지 이끌어갈 힘이 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덕후라기보다는 다양한 화제에 관심을 가지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기에 카테고리가 많을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사소한 영감이라도 주는 블로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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