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작성한 글입니다.
전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요즘 페미니스트 유튜버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구독자수 10만 명이 넘는 유튜버는 휴가를 선언했고, 특정 유튜버 팬들의 사이버 불링으로 유튜브 채널을 그만두겠다는 유튜버도 나타났습니다. 저 또한 크지 않은 채널이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유튜버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구독자의 입장에서 봐도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봐도 속상한 상황임은 틀림없습니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사랑을 많이 받음과 동시에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다는 것이겠지요.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강하다 했던가요, 페미니스트 유튜버들은 입을 모아 지나친 검열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여기서 검열이란 페미니스트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지, 사서는 안될 물건을 샀는지, 사용해서는 안되는 단어를 썼는지 등을 확인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검열을 하는 사람들은 크리에이터들이 여성 인권에 향상에 불필요하거나 여성 인권을 저해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구독자에게 그러한 행동을 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체크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세상에 완벽한 페미니스트는 없습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은 혹시나 작은 잘못이 영상에 남을까 전전긍긍해하며, 자신들의 발언이 왜곡될까 걱정하며 컨텐츠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한 유튜버는 “상표를 지우는 시간을 모두 합쳤다면 다른 컨텐츠 하나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단지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지양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물론 중요한 문제입니다.) 페미니스트라면 누구나 완전한 여성 해방과 자유를 꿈꿀 것입니다. 언제 가닿을지 모르는 완전의 상태로 가는 길에는 그만큼 길고 먼 여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페미니스트 유튜버들이 여성혐오성 언어 사용이나 브랜드 이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여성 혐오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여성 비하적 표현이 실존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크리에이터 한 명 한 명의 잘못으로 비난하고, 해당 유튜버가 페미니즘 컨텐츠 제작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이러한 사건의 합으로 이루어진 흐름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갈까요? 또 페미니즘에는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구조 안에 살아가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 한 개인이 사라진다고 해서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글을 쓰는 카페의 1층에서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재즈 곡인데, 여덟 마디에 한 두번은 음이 엇나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음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피아니스트가 완벽한 연주를 위해 수백 번의 연습을 거치고, 수 년의 시간을 감내하는 동안 듣는 이들도 적절한 충고와 응원으로 연주자를 지켜봐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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