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E M I NI S M

페미니스트로서 방향성 잡기

셜리. 2020. 6.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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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듣다가 직업 활동가, 직업 페미니스트가 된 후로 되는 대로 가는 대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리저리 치이고 쳐내기만 하며 살아온 건 아니다.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BOSHU)에서 일하고 있고 곧 대전휴먼라이브러리도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지원금을 받아 올해 활동을 시행해나갈 것이다. 2주 전에는 대전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로 인생 최초의 인터뷰도 했고, 매주 KBS대전 1라디오 "대.세.남"(안타깝게도 대전 세종 충남의 줄임말) 중 청년몰 코너에 나가며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애쓰고 있다. 

  2015년 대한민국의 페미니즘 리부트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 나 또한 온라인에서 많은 것을 읽고, 물으며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성차별적 관행과 이를 공고하게 지켜주는 가부장제도의 뿌리 깊은 역사에 대해 배워왔다. 미러링, 탈코르셋 등 유의미한 족적을 따라 온지 벌써 5년. 이제는 무엇이 여성 혐오적이고 그것이 왜 차별인지는 버튼을 누르면 티켓이 주르륵 뽑혀져 나오는 기계처럼 내용을 읊을 수 있다. 책 읽는데 흥미를 잃었던 내가, 이사 다니는 데 짐만 될 뿐이라며 오히려 책을 되팔기도 했던 내가 페미니즘 도서를 읽음으로서 더 큰 책장을 필요로 하고있다. 페미니즘 입문서부터 탈코르셋, 레즈비어니즘, 맨스플레인 등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섭렵할 수 있었다. 책과 온라인에서 탐독한 것을 기반으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학습하는 단계를 지나왔다.

 이제는 다니던, 더 다닐 수 있었던 직장을 뛰쳐나와 여성인권운동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활동한 지 반년 정도가 흘렀다. 짧지 않은 시간 습득한 지식으로 다른 활동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넓으며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은 운동가로서 활동하기에 도움이 되는 자질이다. 그렇게 읽고 듣고 쓰고 말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힌 구석을 발견해 고민을 시작한다.

 내가 명확히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세상 모든 의제를 다루어야 하는 페미니즘이라는 학문 안에서 내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제도는 무엇인가? 힘을 쏟을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영향력을 펼칠 것인가? 그리고 앞서 나열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하는가? 서른을 목전에 두고 20대를 마무리하며 꼭 묻고 짚고 들어가야 하는 질문들이다.

 페미니스트 성 평등 강사로 살아가기 위해,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곳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으면 어중이떠중이만 되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개인적인 성취도 남지 않을 것이고 사회에서는 어중간한 활동가 한 명을 보유하다가 잃는 정도의 사건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죽어도 페미니즘을 하겠다고 말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정도 결심을 했는데, 여자가 한 길을 가기로 했으면 앞만 보고 내 길을 만들어나가야지. 매번 남의 의견을 받아들여 녹이는 것만으로는 큰 운동가가 될 수 없다.

 "비굴한 인생은 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네." 페미니즘 안에서 갈팡질팡, 내 검열을 하고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페미니즘 바깥세상과 부딪히며 저변을 확장해 나가려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고 그런 평가를 듣고 싶지도 않다. 당당하게, 체계 잡힌 페미니스트가 되어 성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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