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E M I NI S M

탈코르셋에 대한 현재의 생각

셜리. 2018. 12. 1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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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겠다는 여성 인권 운동의 일환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화제다. 과거 여성들이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기 위해 착용했던 코르셋처럼, 특정 미의 기준을 위해 신체를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거나 꾸미는 모든 행위를 코르셋으로 규정한다. 여기에는 관리된 긴 머리, 화장으로 덮인 얼굴, 색깔을 입히거나 파츠를 얹은 손톱,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진 등 수많은 꾸밈 노동과 그 수단, 결과물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남성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몸의 작은 부분-예를 들면 큐티클-까지 관리해야 하는 정형화된 여성의 삶에서 벗어나 디폴트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탈코르셋 운동의 요지다. 머리를 짧게 깎고, 넉넉하고 튼튼한 의복을 입는다. 몸무게의 소수점을 신경 쓰기보다는 건강을 생각한다. 화장품과 다이어트 식품에 들이던 비용을 맛있는 음식과 책 한 권에 더 소비하겠다고 한다.
  탈코르셋 운동이 퍼지기 막 시작했을 때 나의 반응은 사실 긍정적이지 않았다. Girls can do anything! 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디폴트 의상이 왜 남성복, 남성의 헤어스타일이어야만 하지? 난 머리 짧은게 더 불편할 것 같은데.......라는 무지한 의견을(속으로만) 냈었다. 생각을 밖으로 내뱉지 않았던 이유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페미니스트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탈코르셋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탈코르셋을 실행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기분이 나빴고 때로는 상처받았다. 그들을 직접 들여다보기 전까지 나와 그들은 전혀 다른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계기로 인스타그램의 부계정을 만들어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만 포스팅하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맞팔로우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페미니스트들과 맞닿았고 그들이 업로드하는 일상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연히 그중에는 래디컬 페미니스트 및 탈코르셋을 실천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게시하는 대자보, 포스터, 인스타툰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하게 되었다. 탈코르셋이 너무도 명확하게 페미니즘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탈코르셋을 실천한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도 날 때부터 투블럭을 하고 태어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또래 친구 중 하나였으며 서서히 코르셋을 벗어 나간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외려 탈코르셋이나 4B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에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페미니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은 한국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외로움보다 더 큰 쓸쓸함일 터였다.
  그들이 느끼는 고독 때문에 탈코르셋을 지지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양한 페미니스트와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직접 탈코르셋한 사람들을 보며 그 유용성과 당위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탈코르셋은 단지 나의 편리함을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 전체를 위하는 운동이기에 타인의 시선과 불편함도 감수한다. I dress for other women.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었다.
  혹자는 탈코르셋을 해야만 페미니스트냐, 페미니즘이냐고 질문한다. 공기처럼 퍼져있는 여성혐오적 생산물을 없애나가기 위한 방향은 무궁무진하게 많을 수밖에 없고, 탈코르셋은 그 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탈코르셋이야말로 가장 일상에 가까우며 가시적인 페미니즘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듯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 포스팅을 읽고 쓰는 것과 같은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은 더 넓은 세상으로 스스로를 인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말고 더 큰 용기를 가지기를, 나에게도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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