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마지막 식사는 그래도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내주게 즐긴 연말파티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숙취에 헤롱거리다 저녁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동행인은 최근 피뽑는 검사를 했고, 나도 며칠 전부터 고기를 먹고 싶었기 때문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회사 동료가 추천해준 김형제 고기의 철학이 떠올라 여기를 가기로 정했다.
김형제 고기의 철학
주소 : 대전 유성구 문화원로 89 (대전 유성구 봉명동 611)
영업시간 : 매일 운영 16:30~01:00
우리가 앉은 자리는 이렇게 바 형태로 되어있는 자리였다. 가운데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리필 요청한 음식도 가져다주고 고기도 구워다준다. 입구 쪽이라서 찬바람이 좀 들었는데 고기 불이 들어오니까 또 금방 따뜻해졌다. 토요일 저녁 8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는데 홀에 사람이 가득했다.
바 자리 말고도 일반적인 테이블 자리가 있고 vip room이라고 쓰인 곳은 단체 모임을 할 수 있는 구분된 방인 것 같았다. 가족 모임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연말 가족 모임으로 외식하러 온 테이블이 눈에 띄게 보였다.
메뉴는 위와 같은데, 가격대가 좀 나가는 편이다. 추천해준 동료도 가격이 나가는 편이라고 미리 귀띔해주었다. 이베리코 눈꽃목살은 1인분에 16,000원, 숙성 소금구이 목살은 15,000원이다. 2022년의 마지막 식사이니 특별하게 즐겨보자는 뜻에서 이베리코 눈꽃목살 3인분을 주문했다.
기본적으로 야채 많은 밑반찬이 깔린다. 알배추는 뜯어먹을 수 있게 신선한 상태로 제공된다. 명이나물과 절임배추가 나왔고, 소스는 쌈장, 멜젓, 와사비,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나왔다.
부추배추무침과 토마토 샐러드도 나왔다. 근데 둘다 맛이 그저 그랬다. 이집의 최대 단점 (소신발언) 반찬이 다 그저그렇다. 고기가 기름지고 구수한데 비해 개운한 반찬이 없으니 좀....반찬이 많아도 손이 안 갔다. 야채 좋아하는 야채킬러인데 그 중에서도 부추를 참 좋아하는데 기름으로 무친 부추무침이 고기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양파절임과 복분자 소금도 나왔는데, 나는 반찬 중에서 명이나물과 양파절임이 제일 맛있었다(두개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복분자 소금과 와사비를 가장 많이 먹기도 했다.
김형제 고기의 철학에서 소개하는 고기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올려 먹거나, 생와사비를 올려먹거나, 복분자 소금에 찍어먹거나, 갈치속젓에 찍어먹는 것이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소스에 찍어먹으라는 뜻이다.
요즘 쌈장이나 소금에 다양한 향신료를 추가해주는 고기집이 많았는데 여기는 복분자소금인가보다. 먹었을 때 복분자 향이 나거나 하진 않고 그냥 색깔이 예쁘다.
기본으로 된장찌개가 제공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 기분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약간 밍밍하고 양파가 많이 들어 달짝지근한 맛이었다.
불이 들어왔다. 앞에 놓인 양고기 굽는 접시 밑에도 작은 양초를 둬주었는데 왜 주는 거냐고 하니 고기 식지 않게 올려두는 곳이라고 한다. 동행인은 설거지가 두배라고 말했다. ㅋㅋ
우리가 주문한 이베리코 목살이다. 최근엔 너무 기름진 것보다 목살이 땡겨서 여기서도 목살을 주문했는데 소고기마냥 마블링이 있는 이베리코 눈꽃목살을 보고 잘 주문했다고 생각했다.
직원분이 고기를 전부 구워주시기 때문에 우리는 멀찍이 앉아 따뜻한 불이나 쬐면서 조용히 이야기 나누면 된다. 아주 신경써서 구워주신다.
드디어 다 익은 고기 한점 맛보기. 요즘 고기 잘하는 집 왜이렇게 많냐. 이집은 거의 이베리코 스테이크를 만들어뒀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게 육류맛을 즐기기 딱이었다. 구수한 맛이 진했다.
요렇게 따뜻해지는 그릇에 얹어준다. 크기 적당하냐고 물어봐주시고, 처음에 준 조각이 좀 크다고 했더니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셨다.
육즙이 많고 기름져서 목살임에도 불구하고 먹다보니 좀 느끼해졌다. 그래서 명이나물이 쉴새없이 들어간다. 다른 반찬들도 맛있고 개운했다면 같이 먹었을텐데 명이나물 / 와사비의 반복이었다. 어쨌든 와사비가 맛있긴 하다.
우리는 3인분에서 멈추지 않고 1인분을 추가 주문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스테이크용 고기같다. 잘 구워주시기 때문에 둘이서 4인분을 먹을 수 있었다. 반찬은 몰라도 육류는 정말 맛있다.
그래도 난 좀 느끼하고 탄수화물이 땡겨서 밥과 이베리코 김치찌개를 주문할까 하다가, 김치찌개가 7,000원이기도 하고 된장찌개가 그다지 맛이 없었기 때문에 혹시 또 맛이 없으면 어쩌나 싶어 누룽지를 주문했다. 3,000원인데 국그릇 한대접이 나온다. 양푼이 크기로 나올줄..그래도 알알이 부서지는 누룽지가 맛있고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어서 좋았다.
봉명동에서 지갑 든든한데 고기 먹고 싶다면 김형제 고기의 철학 추천
김형제의 고기철학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던데 아무튼 고기는 맛있습니다. 점바점이 심하다고 하니 리뷰를 잘 살펴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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