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날 아침은 어제와 달리 하늘이 파랬다. 이사한 집에서 눈 뜨면 보이는 게 하늘이라 행복하다고 생각한 지 한 달만에 해 뜨는 시간은 점점 빨라져 새벽부터 눈이 부셨다. 그래도 일어나 앉으면 저 멀리 계족산까지 햇빛이 미쳐서 대전의 절반을 구경할 수 있다. 내려다보니 토요일 오전에 어딜 그리 가는지 각자 다른 길로 흩어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웠다. 며칠을 물끄러미 관망하던 풍경을 가까이서 보고 섞여야겠다는 생각에 얇은 니트와 점퍼를 걸쳤다. 좋아하는 잔디밭까지는 응달을 20분이나 걸어야 했다. 따뜻하게 입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가을에도 이 곳에서 듣었던 노래를 들으며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빙글빙글 걷는데 여자 아이들이 양갈래 머리를 하고 분홍색 킥보드를 몰며 나와 같은 트랙을 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