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가며 업무상 나와 만날 일이 잦아진 A는 가슴까지 오던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7월 중순까지 파운데이션으로 덮였던 얼굴과 끈적거리던 립글로즈를 빛내던 입술은 담백해졌다. 주야장천 대중을 대상으로 탈코르셋 해야 한다고 말해왔으면서 A에게 슬쩍 질문해보았다. "A, 왜 머리 잘랐어?" "어, 그냥 너무 무거워서." A는 쑥스러움 반 멋쩍음 반인 웃음으로 알아들으라는 듯 대답했다. 이 대화는 처음이 아니다. 여섯 달 전에는 친구 세 명과 봄맞이 소풍을 갔다. 커다란 분수가 있는 호수 근처 공원이었다. 나 포함 두 명은 얼굴 편안한 상태, 나머지 두 명은 소풍 맞이 메이크업을 하고 왔다. 잔디가 돋아나기 시작한 비탈에 돗자리 펴고 앉아 맥주를 마시는 데 한 친구가 나에게 질문했다. "쟤네 둘 화장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