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이 거친 수풀이 우거져있던 곳도 헤치고 갈 에너지가 있었다. 그때는. 월요일 2교시에서 3교시로 넘어가던 쉬는 시간,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친구가 내 책상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지난 주말 멋진 곳을 발견했다는 비밀을 풀어놓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친한 친구 다섯이 모두 모이자 머리통을 맞대고 그곳에 갈 계획을 세웠다. 돗자리랑, 수건이랑, 갈아입을 옷을 챙기자. 토요일 오후 두 시에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 앞에서 스포츠 샌들을 신은 다섯 중학생이 만났다. 비가 오래 오지 않은 탓에 잔디가 밟혀 하얗게 드러난 산길은 먼지가 뿌옇게 날렸다. 누가 사는 건지 안 사는 건지 모를 외딴집을 빙빙 돌고 무너져내린 돌담 앞까지 갔지만 졸졸 들릴법한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여기 맞는 거야?" 이마에서 땀방울이..